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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강 평화부지사 “멈춘 남북의 시계, 개성공단 재개로 다시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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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강 평화부지사 “멈춘 남북의 시계, 개성공단 재개로 다시 돌려야”
임진각 ‘천막 집무실’ 한달째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시작으로 비핵화까지”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4 09:02:01
수정 2020-12-14 15: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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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1일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1일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경기도 제공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의 '바람의 언덕' 한쪽에 쌀쌀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천막 한채가 한달째 서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10일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며 설치한 임시집무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들이객도 드문 평화누리는 한적한 분위기였지만 천막 안은 업무 중인 이 부지사와 평화부지사실 직원들로 분주했다.

이 부지사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임시집무실 한달째를 맞는 소회를 묻는 말에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바람이 센 곳인데 함께 나온 직원들이 고생이다"라며 먼저 직원들을 걱정했다.

그는 "여기서 많은 분들의 격려 방문을 받으면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정책을 논의하고 업무를 추진하니 더 생동감 있는 도정이 펼쳐지는 거 같다"고 웃었다.

천막으로 된 집무실이지만 모든 업무는 도청에 있던 때와 다르지 않다. 이 부지사는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50여개 지자체가 같이 하고 있는데, 현장 집무실에 있다고 하니 더 많이 지지하고 호응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성공단 재개로 '평화 프레임' 만들어야"

이 부지사는 임시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 외에도 매일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입구인 통일대교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닫히기 전까지는 오가는 남측 기업들의 차량으로 분주하던 곳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착공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몇번의 중단 위기를 맞다가 결국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북측의 4차 핵실험을 이유로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닫히게 됐다. 당시 갑작스러운 중단선언으로 입주업체들은 9천억원의 자산을 개성공단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 등 두 번의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합의했으나,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이은 미국 측의 반대로 재개는 현재까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부지사는 개성공단에 대해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측의 노동과 토지와 결합된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험장이면서도 남북의 노동자 5만5천명이 매일 만나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공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적인 경쟁력으로도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있었다"면서 "개성공단 재개가 힘든 코로나 시대에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는 데서도 엄청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현재 냉각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가 개성공단 재개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의 시계가 멈춰있는데 비핵화만 주장해서는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비핵화는 평화의 틀에서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평화의 프레임'을 먼저 만들면 비핵화가 따라와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때일 수록 정책적으로만 다가가지 말고 우선 남북간 만남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남북관계는 용기와 결단의 시간이다. 머리와 정책보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남북 정부가 가슴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고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선언만 하면 평화의 길이 열린다고 믿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두번의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남측 정부의 실현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는 이미 4.1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남북 당국이 이것을 이행해야 의미가 있는데 지금 이행하지 않는 건 우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측은 이미 인민대회 통해 4.1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를 비준했다"면서 "국회서 남북공동선언을 비준하는 일이 급선무다. 비준되고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남북의 평화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지사는 남북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선언만이라도 하길 촉구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 선언만 해도 실제로 많은 일이 진행될 수 있다"면서 양측 정부가 재개의 의지만 보이기만 하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여러 실무적인 방안들이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에서는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서 북측의 노동과 토지를 쓰면서 여기에 북측의 원료로 만들어 북측에 팔자는 구상도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북 제재나 미국의 승인이 필요 없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언제든지 개성공단이 열리면 생산할 것을 겨냥해서 제품도 계속 내고 있다"면서 "또 개성공단 물류단지를 만든다고 인근에 땅을 사놓고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 재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는데 벌써 5년이나 흘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임시 평화부지사 집무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임시 평화부지사 집무실ⓒ경기도 제공
"미국과 대북제재에서 벗어나야...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간"

이 부지사는 본래 개성공단이 보이는 도라산전망대에 현장 집무실을 설치하려했다. 집무실 설치 날짜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 9일에 맞췄다. 그러나 군 당국의 반대로 지금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에 임시집무실을 차리게 됐다. 유엔군사령부의 허가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부지사는 "처음에는 군 당국으로부터 설치를 허락을 받았는데 설치 직전에 유엔사의 승인이 없어서 안 된다고 막더라"라면서 "정전협정에 대한 유권해석이나 관행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그 뒤로 계속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 권한'에 대해 "정전협정 선언에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지사는 유엔사가 도라산전망대 현장 집무실 설치를 막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는 행정영역이다. 이런 비군사적 행위까지 유엔사가 승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다"면서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물론 유엔사의 군사적 부분에 한정된 권한은 존중한다"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정전협정 기본정신은 평화 증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역행하는 일은 유엔사에서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지사는 이번을 계기로 유엔사의 역할과 권한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전협정을 한 지 67년이나 지났는데 우리 땅에 들어가면서도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지 의문"이라며 "유엔사가 한반도 문제에서 어디까지 관여하고 제재해야 하는지 공론화가 필요하다. 유엔사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서 더 이상 내정간섭이나 주권침해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에 있어서도 미국과 대북제재를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의 승인이나 대북제재라는 틀 속에서는 될 수가 없고, 남북관계 또한 진전될 수 없다"면서 "남북이 대북제재나 미국의 승인을 우회하거나 또는 일부 거부를 해서라도 남북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 부지사는 "허용가능한 한계를 자꾸 허물어야 한다. 허물어야 할 경계에는 미국의 승인, 대북제재도 포함된다"면서 "벽을 허무는 작업을 계속해서 자주적으로 남북의 시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년 당시 6.15 남북정상회담을 만든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도 '고분고분한 자세만으로는 남북 관계는 진전될 수 없다.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고, 계속 항의하는 모습이 있어야 협상도 잘 된다'고 말씀했다"고 강조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임시 집무실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임시 집무실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다.ⓒ경기도 제공
"남북관계에 따라 경기도민 일상이 흔들려...'쇼' 비난 두려워 가만히 있는 건 직무유기"

한달째 바람을 맞으며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이 부지사를 곱게 보지않는 시선도 있다. 천막 집무실, 1인 시위를 두고 '보여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 부지사는 "'쇼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진정한 평화로 가는 것"이라며 "특히 125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40개 이상이 경기도에 있다.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진 불경기에 코로나19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이분들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4년 10개월이 넘어가는데 입주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경기도이기 때문에 평화정책을 담당하는 평화부지사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매일 1인 시위에 이어 오는 15일 통일대교서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삼보일배'도 계획하고 있다. 16년전 12월 15일은 개성공단의 첫 생산제품 '통일냄비'가 세상에 나온 날이다.

또 임시집무실도 계속 운영하는 한편 원래 계획했던 도라산전망대로 집무실을 이전하기 위해 관할부대와 계속 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부지사는 런던정치경제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오랫동안 남북관계와 한반도문제를 연구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얼어붙은 남북관계에서 '용기'와 '결단'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모두 (남북관계가) 막혀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열려 있는데 용기와 결단만 있다면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결단하고 용기를 가지고 북측과 만나면 된다.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은 대북제재와도 상관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지사는 "이미 유엔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했으니, 이제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을 하는 거다"라며 "남북 정상이 중국과 미국을 불러서 이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협조해달라고 하면 정말 남북의 시간이 다가오게 될 거다. 그런 일을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민중의 소리>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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